인문,철학

[스크랩] 찾으면 길은 어디나 있다

어노인팅 2007. 3. 14. 12:40
[김종상 시인의 교육칼럼13]


찾으면 길은 어디나 있다



모두들 미래에 대비해서 창의성 교육을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현대 정주영 회장을 떠올리며 그 분의 창의성에 놀라곤 합니다. 서해안 물막이에 낡은 배를 이용한 것이며, 소떼를 몰고 휴전선을 넘고, 북한으로 하여금 금강산을 열게 한 일들이 모두 그의 창의성이었습니다. 그의 자서전을 보면 과학적 이론이나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은 독특한 그의 창의성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 온 예는 허다합니다.

휴전 직전인 ’52년 12월이었다고 합니다.

선거 공약을 한국전쟁 종결로 내걸었던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취임 전인 1월에 우리나라를 방문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는 그가 묵을 마땅한 숙소가 없었습니다. 미8군은 궁리 끝에 운현궁을 숙소로 정하고 현대에 수세식 화장실 설치, 보일러 난방, 내부 단장을 부탁했습니다. 공사 시한은 15일인데 그 기간에 일을 마치면 공사비 갑절의 보너스를 따로 주겠다고 했습니다. 반대로 공사를 약속대로 못하면 현대에서 벌금을 갑절로 내야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정회장은 그 때까지 양변기는 구경도 못했는데다가 그 변소를 방안에 들여놓으라는 것은 더욱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하지만 우선 공사를 맡고보자고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일군들을 데리고 용산 쪽으로 가서 고물상을 뒤졌습니다. 모두 피난 가서 비어있는 고물상을 뒤져 파이프, 보일러통, 세면대, 욕조, 양변기 등을 찾아냈습니다. ‘아무개가 언제 무엇을 얼마만큼 갖고 가니 어디로 물건값을 받으러 오라’고 써붙여 놓고 그것을 실어왔습니다. 운현궁 개조 공사는 24시간 쉬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약속한 날짜보다 사흘이나 앞당겨 공사를 끝냈습니다. 미8군은 ‘현다이 남버원!’을 외치며 약속대로 돈을 지불했습니다.

또 그 때 현대는 부산 유엔군 묘지 단장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각국 유엔 사절들이 참배할 계획이니 붉은 황토로 덮인 묘지를 어떻게든 파랗게 단장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붉은 흙바닥을 푸른 잔디로 단장해 달라니 기가 막혔습니다. 정회장은 며칠을 고심한 끝에 낙동강 가의 보리밭을 샀습니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강가 모래밭의 보리는 파랗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모래땅의 보리는 뗏장처럼 잘도 떠졌습니다. 그것을 트럭 30대로 실어 날라서 유엔군 묘지를 파랗게 덮었습니다. 미군들은 눈이 휘둥그래졌고, 보리와 밀을 구별하지 못하는 유엔사절단은 겨울에도 파란 잔디로 단장되어 있는 묘지를 보고 ‘원더풀’을 외쳤습니다. 모두가 정주영 회장의 창의성이 만들어낸 기적이었습니다. 우리도 학습생활에서 남다른 아이디어, 즉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해야 되겠습니다.



<유석교육통신 1권 13호에 수록된 글임>

출처 : 2boram
글쓴이 : 보라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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