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하는 사람들-노블리스 오블리제
* 주성수(한양대 제3섹터 연구소장. 행정대학원 교수)
* 『사랑나무가 여는 세상 14호』(2001년, 한국복지재단) 에 기고한 글
* <<인성사회교육자료집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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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변두리 하월곡동에 가면 아주 특별한 병원 하나가 있다. 자원봉사자의 힘으로 운영되는 병원, 성가복지병원이 그곳이다. 여기에는 수녀님들이 상근직원으로 행정업무를 맡고, 의사, 간호사, 주방일, 환자 돌보기 등 거의 모든 일이 900여명의 자원봉사자의 힘에 맡겨진다. 믿어지지 않는 얘기 같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의사 간호사 등 전문 봉사자들은 직장을 마친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서 병원에 달려와 대가없이 사랑을 실천한다. 또 틈틈이 정기적으로 일하는 주부와 학생들도 있고, 자영업을 하면서 병원에서 찾으면 시간을 내서 달려가는 봉사자들도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걸인(부랑인)과 무연고 무의탁 환자로, 이들은 필요한 옷가지도 제공받는다.
지난번 의약분업 문제로 의사들이 병원 문을 닫고 집단 휴업을 했을 때 이 병원만큼은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치료했었다. 우리 주변에는 돈밖에 모르는 의사, 약사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봉사하는 의사, 약사들은 정말 남다르게 멋진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돈에 매달려 있을 때 이들 봉사자들은 오직 하나, 정신력 보람만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9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세계 어느 곳에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달려가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지원봉사자들이다.
최근 수년간 북한에서도 의료봉사활동을 하였고, 르완다, 코소보, 동티모르 등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묵묵히 인도주의를 실천했으며, 또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전쟁터 난민촌에서 질병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난민들을 정성껏 보살핀다.
서구 사회에서 의사, 약사, 지식인 등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의 사회적 책임 의식과 봉사활동은 일반 사람들보다 더 열성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있는 사람들이 더 무섭고, 배운 사람들이 더 한다’는 욕을 먹고 있는 실정에서, 서구에서 부유층과 지식층의 문화로 풍미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잠시 생각해 본다. 부와 명예를 가진 자로 성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런 부와 명예를 누리는 자로서 봉사로 실천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내가 바라는 성공한 사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는 것도 자원봉사에 열중하는 봉사자의 자세인 것 같다.
내가 오랫동안 지켜본 진지한 봉사자들은 항상 밝고 매사에 열중하면서 무엇보다도 자신이 좋아 즐기며 활동한다.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갈 맛과 멋이 없다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이들은 자원봉사 한다며 떠벌리고 다니지도 않고, 언론에 나오는 것이 부끄러워 피해 다닌다. 아무리 바쁜 삶을 살고 있지만 봉사활동에는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아무리 힘들고 귀찮은 일이지만 불평하지 않으며, 아주 먼 곳을 마다 않고 내 차비를 들여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그 도시락을 누구와도 나눠먹을 수 있는 바다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내 자신은 자원봉사로서 지금 얼마만큼 성숙된 활동을 하며 어떤 목표를 향해 열중하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란?
*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오블리쥬 라고 발음되기도 함
프랑스말로 노블레스는 '귀족 또는 고귀한 신분'이란 뜻이요, 오블리제는 '의무'란 뜻이다. 고귀한 신분에는 의무가 따른다는 것이다. 특권에는 사명이 따르고 신분에는 의무가 수반한다. 남보다 뛰어난 사람은 남보다 더 많은 의무와 책임과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능력이 있고 가진 자가 베풀고 봉사하고 사표가 되는 선량책임윤리(選良責任倫理)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선비정신과도 비슷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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