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선교와 지역연구, 상황화 전략에 대한 한 고찰 (정세진)

선교와 지역연구, 상황화 전략에 대한 한 고찰(考察)

-카프카즈 분쟁의 모델화를 중심으로-

 

/ 정세진

 

 

I. 서론

21세기 세계선교 상황은 새로운 역사적 전환기에 와있다. 왜냐하면 금세기 세계사의 흐름은 급격하고 가파른 역사적 변환기의 시점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1년 소연방의 해체이후 세계의 패권 국가로 초강국의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미국은 독재국가에 자유의 확산이라는 개념으로 이라크 전쟁에 개입했지만, 반미(反美) 저항세력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현재 커다란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의 지위는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날 국제관계에서는 이슬람이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사무엘 헌팅턴이 "문명의 충돌"에서 이슬람권과 비(非)이슬람권 사이의 문명충돌로 인한 현대적 사건이 국제사회의 아주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이후 이슬람은 국제사회의 커다란 변화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에 대해 "문명공존"을 강조하는 주장도 등장하면서 국제분쟁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어왔다. 특별히 이에 관해 어떤 주장이나 이론이 이슬람에 대한 더 정확한 인식을 함의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일정한 시간이 더 요구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이슬람권과 관련된 대형 사건이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자행된 미국의 9.11사건은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야기했다. 그리고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중앙아시아 등에서 나타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등장이나 체첸 전쟁에서 나타나듯이 소수민족 이슬람권 분쟁은 국제사회의 큰 현안 문제가 되고 있다. 러시아연방 내 체첸 전쟁을 예를 든다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와 정상회담을 할 때에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고 있고 상당한 부분 미국 등 서방국가들로부터 러시아의 외교정책에 대해 인정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는 러시아연방 내에서 체첸이 완전독립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편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체첸 등 이슬람권 공동체 국가나 사회는 민족의 정체성이나 이데올로기로 이슬람문화를 강조하면서 서방의 강력한 국가에 맞서고 있다. 이슬람은 일반적으로 서방의 종교와 문화로 대변되고 있는 기독교에 맞서 하나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이슬람권 선교에 최근 한국교회와 많은 선교단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한국선교계(界)는 최근 국제사회의 변동기에 효과적인 선교 사역을 위한 통찰력 있는 지역연구와 상황화(狀況化) 전략 도출을 위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즉 하나의 국가, 민족, 지역에서 일어나는 종합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선교지에서의 현지화와 총체적 선교의 현명한 접근이 요구된다. 아직도 복음화 되지 않고 남아있는 많은 민족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 선교지에 대한 지역연구와 상황화에 대한 깊은 영적 통찰력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무엇보다도 이슬람권 선교를 위해서는 지역연구와 선교 상황화에 대한 다양한 전략이 도출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 논문은 지금 국제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미해결의 과제인 카프카즈 민족분쟁, 특히 러시아연방 내 체첸 전쟁의 모델화를 중심으로 지역연구와 상황화 전략에 대한 분석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II. 선교의 지역연구, 그리고 상황화 전략

지역연구는 생활과 생산 및 재생산 단위로서의 지역을 기초로 지역에 연관되는 전반적인 것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넓은 뜻으로 파악한다면 지역문제의 연구이나 본래는 지리학의 한 분야로서 시작되었다. 지역연구는 인간을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이 중요한 영역으로 시작되었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연구 필요성으로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학문으로서 Area studies로 불린다. 국제 관계론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갖는 지역연구는 1930년대부터 제 2차 세계대전에 걸쳐 미국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40년대에 국제관계론 연구가 촉진되면서 지역학의 범주를 넘어선 형태의 지역연구가 요청되어 국제적 시야에 근거한 역사·정치·경제·사회 제도·문화 등의 구체적이면서도 전문적인 정보를 구하기 위한 연구가 촉진되었다. 특히 정치학 분야에서 지역연구가 많이 다루어졌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학문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지역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일정지역 또는 국가의 개성적 측면이 인식되고 이에 근거한 세계 질서론(論)이나 국제 관계론이 구축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상기(上記)에 언급한 지역연구는 세속적 연구 학문 분야의 영역이다. 지역연구는 "세계의 모든 지역의 역사, 사회, 문화, 자연환경 등 인류의 생활에 관련된 갖가지 사상의 관련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문명단위로서의 지역의 전체성을 이해(理解)한다"라고 일반적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정확한 개념 규명은 되어있지 않다.

현재 한국 선교계(界)에서도 선교와 지역연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이는 세계선교를 위해서는 그 지역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따른 자연스런 과정이다. 세계선교에 대한 하나님의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하나님의 총체적 역사 경영의 방법과 시대의 역사를 정확한 통찰력으로 바라보아야만 한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선교의 "지역연구"가 이를 실현하는 하나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성경적 의미에서 본다면, 민수기 13장에서의 지역정탐에 대한 말씀이 그 예(例)가 될 것이다. 민수기 3장 18절 이하에 "그 땅의 어떠함을 탐지하라 곧 그 땅 거민의 강약과 다소와 그들의 거하는 땅의 호불호(好不好)와 거하는 성읍이 진영인지 산성인지와 토지의 후박과 수박의 유무니라 담대 하라 또 그 땅 실과를 가져오라 하니 그 때는 포도가 처음 익을 즈음이었더라."

가나안정복을 앞두고 갈렙과 여호수아 등 탁월한 12명의 족장들에게 가나안 지역을 정탐하라고 모세가 명령했던 것이다. 하나님의 명령인 가나안정복을 위해 이 지역에 대한 정밀한 탐색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갈렙과 여호수아만이 하나님의 통찰력을 가지고 그 땅을 탐지하였고 나머지 10명의 족장은 그 두 사람만큼의 통찰력을 가지고 가나안의 상황을 분석하지 못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오늘날 선교에 있어서 지역연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선교의 상황화 전략은 무엇인가? 선교지에서 상황화는 하나의 지역에 대한 지역연구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한 민족과 국가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선교지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선교지에서 사람들의 삶에 "문화화"(文化化)되는 과정은 "상황화"(contextualization)로 인식된다.1) 상황(context)에는 한 민족의 사회적 형태, 그들의 경제 정책, 정치, 기타 많은 통합 영역들을 받아들이는 사회 전체의 매트릭스가 포함된다.2) 이는 하나의 민족 혹은 종족에 대한 총체적인 상황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해석, 그 민족에 대한 하나님의 역사적 구원을 이루는 선교 방법이다. 이 전략은 선교지에서 적극 적용되어야 한다. 기존의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이슬람권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가정해볼 때에 상황화 전략은 그 중요성이 있다. 즉 그 지역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통해 선교의 상황화 전략을 적용, 선교접근 전략을 도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성경적인 방법이다. 선교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해본다면, 하나의 민족권 문화를 가지고 있는 그리스도인이 다른 문화권의 선교지로 갈 때는 그 지역 문화권의 상황화를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바울의 사역은 수신자의 세계관에 스며들어 그들에게 나아가는 상황화 사역의 전형이었다. 그러므로 이러한 방식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선교의 역사적 주체이며, 모든 역사적·민족적 상황의 주인이 그리스도임을 선포하는 거룩한 구원의 전략이다. 바로 한 민족이 구원받기 위해서는 현재 그 민족 가운데 나타난 다양하고 총체적인 사건을 분석, 선교 접근 전략을 큰 그림으로 디자인하는 분석의 틀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III. 체첸 분쟁의 모델화를 통한 지역연구 및 상황화 접근 방식

A. 체첸 전쟁과 그 원인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 요소"가 작용하였던 대표적인 분쟁사례로 들 수 있는 사건은 중동의 화약고로 세계평화의 위협요소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중국의 신장 위구르 분리주의 운동, 카슈미르지역을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 태국남부의 파타니족(族) 박해 사태, 필리핀 남부의 모로 분쟁, 아프가니스탄 내전, 아프리카의 르완다 사태, 소말리아 분쟁, 에디오피아 내전, 발칸반도의 보스니아 사태와 코소보 내전, 러시아연방의 체첸 전쟁,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나고르노-카라바흐 갈등, 그루지야-아브하지야 분쟁, 9.11테러 사건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및 이라크 전쟁 등을 제시할 수 있겠다.3)

상기(上記) 이슬람 지역에서의 분쟁 가운데 러시아와 체첸의 전쟁은 이라크 전쟁과 함께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으며, 체첸 분쟁의 모델은 향후 이슬람권에 직면해있는 강대국과 약소민족 사이의 종교적·민족적 갈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표본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4) 체첸은 또한 세계 인종의 전시장으로 불리는 카프카즈 지역에 속해있다는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어 세계선교의 지역연구와 상황화에 대한 모델을 체첸 전쟁에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유용한 틀을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러시아는 89개의 "연방주체"로 구성되어 있는 다민족 연방국가 체제이다. 러시아 국가를 구성하는 연방주체는 크게 32개의 "민족 구성단위"와 57개의 "지방행정 구성단위"로 구분된다. 21개의 공화국, 1개의 자치주, 10개의 자치관구 등이 민족원칙에 입각해서 형성된 민족 구성단위이며 그 이외의 지방조직 등이 있다.5) 여기서 체첸은 독자적인 헌법 보유와 의회 및 내각의 구성 그리고 자체 언어 사용이 허용된 러시아연방 내 자치공화국 중의 하나이다.6)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연방이 공식적으로 국가로서 출범했다. 러시아연방의 구성 공화국이던 체첸은 1991년에 정식으로 분리 독립을 선언했다. 체첸은 이후에 국명을 "이츠케리야 체첸공화국"으로 개명했다.

지금 체첸과 러시아는 1994년 이래로 소위 "체첸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1차 전쟁은 1994-1996년, 2차 전쟁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체첸 전쟁에 대해서는 러시아와 체첸의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체첸에는 테러리스트들의 테러 행위만이 있고 전쟁은 없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정부는 미국 등 서방국가와 반(反)테러리스트 공조를 위한 연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알 카에다"와 이라크 전쟁 등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반(反)테러리스트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고 있어 서방과 러시아는 체첸 전쟁에 관련, 공동의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체첸 반군의 입장에서는 체첸과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분쟁은 체첸민족의 독립전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1991년에 소연방이 해체되고 러시아공화국이 다시 탄생되고 난 뒤에 러시아연방내에서 유독 체첸공화국만이 이렇듯 강력하게 분리 독립을 외치고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체첸이 완전독립을 주장하는 근본 원인과 토대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왜 체첸 전쟁이 발생한 것인가 하는 논점이다. 국내 학계에서 체첸 전쟁 혹은 체첸분쟁에 관해서는 단편적으로 정치·경제적 요인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역사·문화적 관점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7) 체첸의 절반은 카프카즈 산맥에 걸쳐 있고 절반은 넓은 평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농토는 세계에서 가장 비옥한 옥토라는 "체르노젬"(흑토지대)으로 뒤덮여 있어 농작물 생산에 아주 좋은 지역이다.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체첸 민족의 의지가 독립에 대한 열망을 가져 주었다는 해석이 일반적으로 설명되고 있는 주요한 관점이다.8) 또 체첸을 통과하는 원유 송유관에서 발생하는 수송 이익이 엄청나서 러시아정부와 체첸이 이를 포기하기가 어려워 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경학적 원인이 있다. 정치적 원인으로는 체첸의 독립을 허용한다면 도미노 이론으로 러시아연방 내 다른 공화국에서도 독립 요구가 거세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러시아정부가 체첸의 독립을 허용할 수가 없어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이 벌어졌다.9) 특히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스스로는 러시아연방내에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천명하고, 러시아에 저항하는 체첸의 지하드 선포와 이슬람 체제 국가가 등장하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체첸의 독립에는 어떠한 양보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10) 그러나 체첸민족의 관점에서 체첸 전쟁은 수백 년 동안 그들의 염원이던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려는 역사적 투쟁이다. 체첸민족의 입장에서 왜 그들이 러시아정부로부터 그토록 독립을 갈망하고 있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체첸은 러시아연방 내 북카프카즈에 속한 민족이다.11) 흑해와 카스피해 중간에 위치해 있다. 체첸이 속해 있는 카프카즈는 유럽과 아시아의 관문이고 이슬람과 기독교의 교차점이다. 슬라브족과 튀르크족이 만나는 지대이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카프카즈 지역은 오랫동안 러시아와 터키, 이란 3국이 이 지역에서의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국가이익이 충돌한 지역이었다.12)

하나의 연방 체제 내에 속해있는 민족들의 정치적 관점은 민족별로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전쟁은 정치·경제적 요인만으로 분석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동안 형성돼온 그 민족의 정체성과 종교문화,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영역을 분석할 때에 총체적 지역연구와 상황화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체첸 전쟁의 배경이 된 종교적·사회문화적 요인에 대한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종교적 관점이 서로 다른 문명권에서의 충돌은 하나의 지역연구와 상황화 전략을 이해하는 좋은 모델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B. 체첸의 독립 열망 -이슬람 문화와 저항정신

이러한 관점에서 무엇보다도 체첸의 독립 이유를 그들의 독특한 종교문화와 역사적·사회적 문화를 통해 발견해야 할 것이다. 타(他)문화권에 대한 선교접근전략은 그 민족의 역사·문화적 이해를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먼저 유념해야할 사항은 체첸은 이슬람사회이라는 것이다.

체첸이 언제 이슬람을 수용했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체첸 인접 지역인 다게스탄에는 7세기 이래로 이슬람이 수용되기 시작했는데, 체첸이 이슬람을 받아들인 계기는 16세기 이후로 이웃 민족인 다게스탄의 민족들에 의해 전해졌다. 17세기에 들어서서 체첸 사회의 지배적인 종교는 이슬람이 되었다. 어떤 점에서 체첸의 이슬람 수용은 역사적으로는 장구한 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체첸인 들의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다게스탄의 경우 이슬람은 7세기 아랍제국의 군사원정대를 통해 처음으로 전파된 이후로 완만하게 서서히 정착되었다. 몽골의 침략으로 인해 다게스탄에서는 이슬람 전파가 한때 정지되기도 했지만, 그 후 몽골인 자신들이 이슬람을 수용함으로써 다게스탄 민족들은 자유롭게 이슬람 신앙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15세기에 중앙아시아에서 발흥한 티무르제국이 강제적으로 이슬람을 전파했고 16세기 들어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 다게스탄에는 이슬람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체첸의 이슬람 수용은 상대적으로 많이 뒤떨어졌는데, 다게스탄과 오스만 투르크의 선교사들이 체첸 민족에 이슬람을 전하게 된다.13)

그런데 북카프카즈에서 체첸의 복음화는 타민족들보다 더 늦게 수용되었는데, 지금 이 시대에 들어와서는 이 지역에서 체첸이 가장 강력한 이슬람 원리주의를 주창하는 것은 어떤 이유였을까?14) 체첸이 급격하게 이슬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계기는 러시아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즉 18세기부터 러시아는 흑해와 카스피해, 중앙아시아로 진출하기 위해서 체첸과 다게스탄 민족이 거주하는 북카프카즈에 군사적 원정을 감행하였다.

체첸 등 북카프카즈 지역은 지정학적으로 완충지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러시아는 이 지역으로의 진출을 위해 페르시아와 오스만 투르크 등 카프카즈 지역의 강력한 패권 국가들과 일대 대충돌이 불가피하였는데, 러시아는 이 국가들과의 경쟁을 위해 체첸 등 북카프카즈 지역에 대한 완전한 지배권을 필요로 하였다. 그런 관계로 인해 제정러시아는 체첸에 대한 식민주의 통치를 강화해 나갔다. 이런 과정 속에서 체첸은 반식민주의, 반봉건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러시아에 항쟁하였던 것이다.

18세기 후반에 러시아와의 항쟁을 이끈 인물은 이맘15) 만수르였다. 그는 원래는 처음부터 군사 지도자는 아니었으며 세상으로부터 단절, 오로지 알라 신만을 쫓고 도덕적 완성의 이상에만 매달리던 종교적 신앙이 깊은 신실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 자신이 이슬람 "이맘"의 권위자로 군사 항쟁을 주도했다. 종교적 신심(信心)이 깊었던 그가 대(對)러시아 군사항쟁에 나서게 된 이유는 러시아제국의 이 지역에 대한 강제적 점령 및 식민주의 정책이 그 원인이 되었다. 러시아 사료에 따르면 만수르가 군사 투쟁으로 나섰던 것은 러시아군대가 체첸에 군사요새를 대대적으로 설치, 산악지역으로 대규모 군사원정을 빈번히 감행하였던 것이 그 원인이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16) 이맘 만수르가 살고 있던 지역이 러시아 군대에 의해 철저히 초토화된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일련의 사건이후에 만수르는 체첸 민족의 종교·정치·군사 지도자가 되었고 그는 지하드(성전)을 선포하며 대 러시아 항쟁에 나섰고, 이후 이슬람은 체첸 공동체사회에 폭넓게 확산되어 나갔다.

그러므로 체첸의 이슬람은 처음부터 그 성격이 반(反)제국주의 정신과 이슬람 저항정신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체첸은 19세기 전반기에 카프카즈 전쟁(1817-1864)을 러시아와 벌이게 되는데, 18세기 후반기의 이맘 만수르가 바로 19세기 체첸민족의 지하드(성전)를 주창하는 선구자가 되었던 것이다.

만수르가 이교도인 러시아에 대항하여 투쟁한 것을 "성스러운 전쟁"이라 하며, 그는 짧은 시간 안에 비(非)무슬림 신자들을 하나로 결합하여 반제국주의적 투쟁을 전개하였다.17) 특히 러시아는 18세기 후반에 체첸 등 북카프카즈에 러시아정교를 강제적으로 전파했는데, 1771-1791년 사이의 20년 동안에 5천명이 러시아정교 신자가 되었다.18) 제정러시아의 이러한 강압적인 통치 방식으로 체첸 사회는 러시아에 더욱 더 심한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러시아는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침략의 일환으로 체첸에 대해 종교 및 문화 침투를 시도했는데, 러시아정교 포교는 이 지역에 러시아문화를 강제적으로 이식시키는 전형적인 방식19)이었다. 러시아정부는 체첸 등 산악 민족들의 러시아화(化)를 위해 러시아정교 신학교를 설립하고 정부 행정관리들은 청년들에게 정교신학을 주입시켜 이들이 러시아정교를 전파하는 간접적 식민주의 통치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제국주의국가가 타민족을 합병해나가는 방법이다.

19세기의 카프카즈 전쟁은 체첸의 반(反)러시아, 반러시아정교 입장을 분명하게 천명해주는 사건이 되었다. 이때에 체첸 민족은 지하드의 형태로 러시아에 대항해 나간다. 이 시기에 체첸민족에 의해 선포된 지하드는 특별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성전(聖戰)의 개념이 북카프카즈에서 선포된 사건은 제국주의 점령지역에 있어서 피지배민족이 종교이념으로 강력한 제국주의국가에 대해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가적 형태로 단일 국가를 형성하지 못했던 체첸으로서는 이슬람 이념으로 민족통합성을 이루었던 것이다. 체첸의 민족통합성은 이슬람이 그 중심적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슬람의 원리인 이교도를 향한 지하드를 선포함으로써 러시아와 장기간의 투쟁이 가능하게 되었다.

19세기 체첸사회의 이슬람 지도자는 이맘 샤밀이다. 샤밀은 원래 다게스탄의 아바르계(系) 출신이지만, 항쟁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지금의 체첸 지역에서 체첸 민족을 이끌고 투쟁하였기 때문에 그는 실제적으로 체첸 민족의 영웅이었다. 1834년에 북카프카즈 민족의 제 3대 이맘으로 선출된 샤밀은 정치·행정·군사 분야에서 완전한 국가수반이었다. 그는 이슬람법인 "샤리아"로 체첸 민족을 통치하였다. 1840년에는 이슬람 신정국가를 선포하였다.20) 수십 년 동안 진행된 북카프카즈 지역의 무력 항쟁은 차르가 통치하는 러시아제국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러시아 제국내의 물질적 손실도 대단한 것이었다. 북카프카즈 특히 이 당시 이슬람 종파 중에서 수피즘에 의해 인도되던 체첸인들이 보여준 끈끈한 형제애는 체첸 뿐만 아니라 다게스탄 등 북카프카즈 지역의 이슬람 세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그들은 당시까지 반(反)이교도 상태로 남아있던 산악 민족들을 철저한 무슬림 세력으로 바꾸어놓는데 공헌을 하였다.21) 샤밀의 저항은 1859년에 끝났지만, 그가 남겨놓은 투쟁과 저항정신은 이후의 체첸 민족에게 강한 영향을 미쳤다.

19세기 후반기이후부터 제정러시아는 강압적인 방식으로 체첸을 통치하였다. 1859년, 샤밀이 포로로 잡힌 이후에 러시아는 체첸 민족을 오스만 투르크 등으로 강제이주 시킨다. 체첸 민족은 이후에도 이슬람 종교지도자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러시아에 대항한다. 1877-1878년에는 대반란이 일어나는데, 러시아는 강제진압 이후에 많은 종교지도자를 처형시킨다. 수천 명이 시베리아로 유배되었다. 이 사건이후로 체첸은 산악지역으로 들어가 게릴라식 전법으로 러시아에 대항했다. 1917년 러시아혁명까지 계속적으로 산악지역에서 투쟁하다가 러시아혁명이후에 체첸은 다게스탄 등 다른 민족들과 함께 고르스키 자치공화국을 세웠다. 그러나 러시아혁명을 성공시킨 볼셰비키는 1922년에 이 지역으로 진주, 공화국을 해체하고 러시아에 합병한다.

소련연방시기에는 집단농장화로 인해 체첸 민족들은 고통을 겪었다. 1944년 스탈린 통치 때에는 중앙아시아, 즉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으로 강제 이주가 있었다. 체첸 민족이 나치 독일에 협력한 것으로 간주, 스탈린이 체첸 민족을 강제로 이주시켰다. 이 과정 중에 강제이주 된 45만 명 중에 이주와 정착과정에 8만 명이 사망했다.22) 연해주에 살고 있던 18만 명의 고려인이 단지 일본인들과 내통의 가능성이 있다는 불합리한 이유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했던 한국의 역사와 동일한 고통을 경험한 것이 체첸 민족이었다. 체첸 민족은 1957년에 후르시초프의 해빙 시대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이곳에 이주하고 정착해 살던 러시아인들과 땅 소유 문제 등으로 많은 갈등을 가졌다. 1991년 소연방이 붕괴하고 독립을 선포했던 이는 두다예프였고, 그는 체첸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외치면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그는 1차 전쟁 동안에 러시아군 폭격으로 인해 사망했다. 2차 전쟁이 1999년 10월 이래로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두 번의 전쟁동안에 체첸의 민간인 수만 여명이 희생되었고, 러시아군 또한 1만4천명에서 1만 6천 명 정도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체첸의 난민은 5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23) 러시아도 막대한 전쟁비용이 소요되었다.

IV. 체첸 선교 지역연구 및 상황화 접근 전략

우리는 이상과 같이 체첸과 러시아의 분쟁 관계를 이슬람의 역사적 관계와 저항정신의 측면에서 조명(照明)해보았다. 체첸 분쟁은 정치·경제적 요인, 종교·민족적 요인이 날과 씨로 얽혀있는 전형적인 민족 분쟁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체첸 분쟁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지역연구와 상황화 전략은 어떤 방식으로 접근 되어야 할까? 상기의 내용을 이해함으로 체첸 민족에 대한 선교접근 전략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것인가?

첫 번째, 선교접근 전략에는 하나의 민족에 대한 역사적 인식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연구에 있어서 문화적 도해(cultural mapping)는 매우 중요하다. 역사와 문화는 그 민족의 총체적인 삶과 생활이다. 그 민족의 정체성이다. 역사의 배경은 무엇이고 과거 어떤 역사적 경험이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민족을 이해하기위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준다. 역사적 배경과 이해를 통해 그 민족에 대한 종합적 상황이 폭넓게 인식된다. 즉 그 민족에게는 어떤 영웅의 이야기가 있는지, 혹은 그 민족이 믿고 따르는 사회적 관습은 어떤 종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사항을 종합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는 작업이 이에 해당한다. 체첸에 관련해서는 이슬람 문화와 민족 공동체 문화를 적극적으로 분석해야 할 것이다.

체첸사회의 전통은 공동체사회이다. 역사적으로 체첸 공동체의 봉건관계는 씨족사회로 더욱 더 강력한 권력을 지닌 공동체가 핵심적 씨족이 되는 형태로 발전되었다. 강력하고 부유한 씨족공동체가 체첸 공동체를 일반적으로 부르는 용어인 "타이프"(type)의 연장자 역할을 가졌다. 심지어 부유한 씨족공동체는 다른 "타이프"의 지도자적인 씨족공동체와 정략결혼을 해서라도 지속적으로 권력을 확대해 나갔다. 체첸 민족의 씨족 및 부족집단은 전통적으로 공동체 사회에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해 나갔다. 체첸 공동체는 매우 자유스러웠다. 즉 이들은 외부의 세력으로부터 독립유지가 가능했고, 대개의 경우 중요한 사안은 장자(長老)들이나 부족 남성 전체로 구성되는 회의기구에 의해 결정했다.24) 그러므로 역사적으로 공동체에 대한 강한 문화적 동질감이나 연대감은 체첸 민족에게 단일한 민족주의적 전통을 가져 주었다. 숱한 수난을 극복하면서 이들 체첸 민족의 독자적인 전통과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성은 특기할 만하다. 그러므로 체첸 민족의 공동체 연대의식은 매우 강하다. 러시아를 상대로 약 3-4백년의 기간 동안 반제국주의적 투쟁을 벌인 배경은 바로 역사적 경험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체첸 공동체사회의 전통적인 방식과 관습을 통해 그들이 왜 러시아제국의 침략 속에서도 결사항전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체첸 민족이 제정러시아, 소련연방, 러시아연방에 장기간 저항하며 삶을 유지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강인한 공동체 정신에서 기인한다고 하겠다.

두 번째는 영적 도해(spiritual mapping)가 필요하다. 영적도해는 모든 민족들의 종교, 신앙, 영적 전통을 연구하는 지역연구이다. 특정 지역에 어떤 샤머니즘적인 전통이 있는가? 혹은 어떤 신앙체계를 자신들의 종교 정체성으로 가지고 있는 지와 같은 종교적 세계에 관련된 분야를 연구한다. 체첸을 예로 들면, 상기(上記)에 언급한 것 같이 그들의 종교는 이슬람이다. 체첸 전쟁의 원인에 대해서는 사무엘 헌팅턴이 "문명충돌론"에서 말한 것처럼 종교분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그러나 상당부분 이슬람 등 종교적 요인은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이 전쟁을 분석할 때에는 러시아정교와 이슬람문명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한 민족의 상황화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지역연구를 통해서 그 민족이 처한 민족적·종교적 특질을 파악하여 선교접근전략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상황화 전략이라는 것은 체첸의 공동체사회, 이슬람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와 같은 영역이 바로 영적도해의 분야이다.

그렇다면 종교문화를 통한 체첸의 상황화는 어떻게 파악되는 것인가?" 우선 이슬람종교권의 관점에서 체첸은 자신들의 문화, 종교, 민족정체성을 수호하기 위한 독립전쟁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이슬람요소는 체첸사회의 근본요소이며 민족정체성으로 형성되어있다. 체첸의 저항정신은 이슬람의 지하드에서 유래한 것이며, 체첸이 지금도 러시아와 전쟁을 하면서 반(反)군사항쟁을 하는 이유도 이슬람의 지하드와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의 식민주의 정책이나 동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자민족 종교인 이슬람을 지키려는 체첸인들의 열망은 역사 속에 깊이 뿌리박힌 체첸 저항운동의 하나의 표본이다. 이러한 자민족 종교와 정체성에 대한 처절한 수호 정신은 지금도 전쟁을 통하여 표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정교를 신봉하는 국가이다. 러시아정교는 1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정교는 동방 비잔틴정교로부터 수용되었다. 러시아정교는 전통적으로 통일국가로 성장하지 못했던 러시아가 민족국가라는 통합성을 가질 수 있었던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러시아의 민족통합성은 러시아정교를 통해 이루어졌다. 러시아정교는 교권이 세속적 권력을 가지게 되었고, 러시아제국 시대에는 러시아정교가 국가에 종속됨으로써 종교가 국가의 논리에 좌우되는 형국이 되었다.

이에 반해 체첸 민족에게 이슬람은 바로 이슬람 민족의 통합성이 되었다. 체첸은 이슬람이라는 영적, 정신적 세계의 체계로 제국러시아와 투쟁하였다. 그러므로 체첸에서의 이슬람은 민족정체성 그 자체이다. 체첸은 역사적으로 씨족 및 부족 공동체로 민족발전을 이루었고, 북카프카즈의 다른 민족들, 즉 다게스탄의 수십 개 민족들보다도 봉건주의체제의 발달이 늦었지만, 이슬람 신앙을 받아들임으로써 민족통합성을 비로소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25) 체첸의 종교는 원래 수니파에 속해있었지만, 18세기말 제국러시아의 체첸점령으로 인해서 수피즘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수피즘은 수니파, 시아파의 주요 이슬람 2대 종파와 더불어 3대 종파이다. 수피즘은 원래 신비주의·금욕주의 경향을 띠고 있는데, 체첸에서 러시아의 점령이 시작됨에 따라 점점 정치적 경향을 가지게 되었다. 상황화적 입장에서 체첸의 지하드는 정치적 모습을 가지면서 러시아정교와 대치되었던 체첸 민족 자신의 삶의 언어였던 것이다.

19세기에 제정러시아의 식민주의 통치가 더욱 강화되자 체첸은 18세기의 이맘 만수르에 이어 1830년에 이맘인 "가지 무하마드"가 지하드를 선포, 이후 대러시아 군사투쟁을 본격화하였다. 체첸의 지하드는 결국 러시아정교권(圈)에 속하는 러시아에 대항하는 체첸 민족의 내부 통합적 요소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가 바로 민족의 상황하이며 역사적 발전과정이다. 신비주의파로 알려진 수피즘이 어떻게 해서 강력한 군사투쟁을 했을까 하는 의문점을 가지고, 상황화 접근 전략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왜 이 지역에 지하드가 선포되었으며, 제국주의 침략에 대항해 민족의 독립과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소수민족이 어떠한 역사적 운명을 가지게 되는 지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다.26) 수피즘이 이슬람 종파로서 체첸에 뿌리내리게 되었던 것은 이와 같은 제국주의적 침략이 그 절대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투르크멘 평원이나 중앙아시아의 페르가나 지역, 체첸이 위치하고 있는 북카프카즈 지역처럼 러시아의 진출에 완강한 대중적 저항운동을 펼친 지역에서 수피 종단들은 대(對)러시아 항쟁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발전했던 것이다.27)

세 번째 지역연구와 상황화 전략을 위해서 정치적 도해(politics mapping)가 필요하다. 이는 오늘날의 각종 정치적·경제적 상황에 대한 이해이다. 바로 현재의 선교대상 지역의 현실에 대해 상황화를 분석하는 과정이다. 어떤 분야에서 필요한 것인가? 각종 생활환경, 법적 체계, 산업통계 등 그 영역은 무한대이다. 현대 사회는 이런 지역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많은 도구들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문화인류학 분야에서는 몇 년씩 거주하는 "조사 관찰법"이 있다. 그렇지만 굳이 그러한 분과학문의 연구방식이 아니라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1차적 자료보다는 현대에는 인터넷 등의 2차 자료의 활용도가 점차로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선교 도구를 통해서 현재의 상황을 분석할 수 있다. 체첸을 예로 든다면, 지금 체첸은 러시아와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향후 체첸은 어떠한 정치적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에서 체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러시아가 체첸의 독립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확연한 사실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체첸은 동·서양의 교차점이자 슬라브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경계선으로 러시아의 국가전략의 이익이 첨예하게 걸려있다. 둘째, "지리 교통적 측면"에서 체첸은 카프카즈 지역과 러시아 전역을 연결하는 철도·교통·통신망이 밀집된 지역으로 무역중심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28) 러시아는 "안보적 측면"에서 체첸이 카프카즈 지역정세의 안정을 담보하는 군사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체첸의 독립을 허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민족의 지역연구와 상황화는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선교접근 전략을 디자인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V. 결론

체첸 전쟁, 즉 러시아연방내의 북카프카즈 분쟁을 통해 체첸 민족의 상황화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오늘날의 체첸 전쟁은 4백 년 전부터 그 역사적 기원이 존재한다. 2백 년 전에는 지금처럼 카프카즈(코카서스) 전쟁이 체첸과 러시아간에 있었다. 세계선교의 상황화 전략은 이 전쟁의 당사자인 러시아와 체첸에 대한 종합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정교문명권과 이슬람문명권에서의 상황화는 전쟁의 상호 당사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는 체첸 전쟁의 주체자이며, 이는 수백 년 전부터 북카프카즈에서 러시아 남부의 카프카즈 산맥을 지나 페르시아와 터키까지 끝없이 제국주의 팽창을 시도했던 러시아의 역사적 기원이 그 핵심적 요소이며 원인으로 작용한다. 체첸의 관점에서 체첸 전쟁은 이슬람 성전의 깃발을 내걸고 벌였던 거대한 독립 투쟁이었다.

지역연구와 상황화는 하나의 민족에 대해 모든 영역을 관통하여 알아나가는 거대한 작업이다. 선교의 미션을 완성하기 위해 민족들의 종합적 상황을 인식할 당위성이 있다. 선교에 있어서 지역연구와 상황화에 대한 올바른 해석은 치열한 영적 싸움의 현장이다. 이는 단순한 세속적 학문의 차원이 아니라, 총체적 구원을 향한 하나님 역사의 현실이다. 무슬림은 "하나님께 복종한다"라는 이슬람 종교에 집착하는 공통적인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복종의 방법과 관련된 형식들은 전통과 역사, 그리고 문화 환경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카프카즈나 중앙아시아의 이슬람권 문화는 중동 아랍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만약 중앙아시아나 카프카즈 무슬림들의 삶을 살펴본다면 그들의 신앙행위와 믿음은 이슬람 이전의 문화적 전통과 민족 정체성에 따라 많이 다르며, 그들이 과거에 신봉했던 지역의 정령숭배 사상들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그들의 역사적 현실은 주변의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이슬람의 전통 정신이 형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체첸에서 지하드와 같은 이슬람 저항정신이 배태된 것은 이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 또한 지역연구는 세계선교에 있어서 총체적 전문인 선교의 필수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오늘날 매우 중차대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민족들의 구원을 이루기 위해서 그 민족의 역사와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의 모든 분야에서 지역연구와 상황화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요구된다. 선교대상의 민족들은 아직 어두움의 죄의 세력에 놓여있다. 그들 스스로도 그 죄악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민족이 집단적으로 자행하는 질곡과 어두움의 역사, 그것이 그 민족이 구원받아야 할 이유인 것이다. 세계선교와 전문인 선교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선 자신의 다양한 전문분야에서의 전문성 등을 개발하여 선교대상 민족들의 동일 분야에 대해 지속적인 자료의 축적 등 지역연구가 필요하다. 현대선교에 있어서 팀 사역의 중요성이 확대되는 것과 동시에, 지역연구도 협력선교가 필수적이다. 또한 최근에는 선교지역을 향한 중보기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도 그 민족의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지역연구가 요구된다. 상황화 전략의 핵심은 오늘 현재에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이 역사적 공간이 그 중심무대이다. 바로 세계선교와 지역연구의 주된 논점은 역사적 현실의 사건에서 그리스도가 그 역사의 주체이며, 다양하고 총체적인 영적,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이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체첸 전쟁의 당사자인 체첸 민족을 위한 중보기도는 하나님의 전략으로 매듭지어져야 한다. 현재 수백 년간 러시아는 "민족들의 감옥"으로 불릴 정도로 타민족을 압제한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는 제국주의적 팽창의 역사를 되풀이했고,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해 왔다. 선교의 상황화 전략과 지역연구는 하나님의 관점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기 위한 행보이다. 무엇보다도 체첸 전쟁을 통한 상황화 전략은 당사자들인 민족들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체첸의 이슬람은 러시아정교도인 러시아에 대한 투쟁의 수단이었고 반항의 언어이다

. 체첸 민족은 이슬람을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삼았다. 선교공동체의 헌신은 바로 현재, 이곳, 내 삶의 모든 현장으로부터 출발한다. 지역연구와 상황화에 대한 이해도 하나의 자료를 분석한다는 의미보다는, 현재 "나"자신을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현실에 대한 통찰력을 넓히는 작업이다. 즉 신성하고 창조적인 하나님의 직업관, 가치관을 정립해나가는 것이 지역연구에 대한 헌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룩하신 주님, 말씀 속에서 살아계시는 그 분의 실존 앞에서 헌신된 마음이 비로소 그리스도를 향해 일체감으로 드려질 때 타민족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혀지는 출발점으로서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출처 : 내 사랑 중국 ♡ MyLove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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